아기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직 말도 잘 못 알아듣는데 지금 책을 읽어주는 게 의미가 있을까?”
저도 꼬물이에게 태어난 직후부터 종종 그림책을 읽어줬지만 솔직히 꽤 오랫동안은 별다른 반응이 없어 보였습니다.
몇 장 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리거나, 책보다 주변에 있는 다른 물건을 더 궁금해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제가 혼자 읽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6개월쯤부터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놀다가 책장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꺼내 제게 가져오고, 읽어달라는 듯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잠들기 전에 그림책 두 권을 함께 보는 것도 하나의 루틴이 됐습니다.
그 변화를 보면서 저는 그림책 읽기를 언제 시작했는지보다 아이가 책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는지가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태어난 직후부터 읽어줬지만 반응은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꼬물이에게 비교적 일찍부터 책을 보여줬습니다.
아주 어릴 때는 제가 품에 안고 짧은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그림을 보여주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신생아에게 책을 읽어준다고 해서 눈에 띄는 반응이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책을 펼치면 잠깐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기도 했고, 아무 반응 없이 누워 있을 때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계속 해도 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는 책의 내용을 이해시키는 것보다 제 목소리를 들려주고, 가까이에서 그림을 함께 보는 시간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한 권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됐고, 두세 페이지만 보고 끝나는 날도 많았습니다.
책보다 책장을 넘기는 걸 더 좋아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조금 자라 손으로 물건을 만지기 시작하자 책을 보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책을 읽기보다 잡아당기고, 두드리고, 직접 넘기는 데 더 관심을 보였습니다.
제가 첫 페이지부터 차례대로 읽으려고 하면 꼬물이는 중간 페이지를 확 넘겨버리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서 읽어줘야 하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꼬물이에게는 책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보다 책장을 직접 넘기고 그림을 살펴보는 것이 더 재미있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꼬물이가 펼친 페이지에서 그림 하나를 가리키며 짧게 이야기해주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강아지 있네.”
“자동차다.”
“공이 빨갛네.”
이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16개월쯤부터 스스로 책을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장 큰 변화를 느낀 것은 16개월쯤이었습니다.
그전에는 제가 먼저 책을 꺼내야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꼬물이가 놀다가 직접 책장에서 책을 꺼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게 책을 건넸습니다.
말로 “읽어줘”라고 하지는 않아도 행동만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 그 모습을 봤을 때는 꽤 신기했습니다.
태어난 직후부터 책을 보여줬지만 한동안은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어느 순간 자기 스스로 책을 찾아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책에 대한 관심이 처음부터 뚜렷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지는 않습니다
꼬물이가 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얌전히 보는 것은 아닙니다.
몇 페이지를 보다가 갑자기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좋아하는 그림이 나오면 그 페이지만 반복해서 보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책을 가져와 놓고 몇 장 보다가 다시 장난감을 가지러 가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읽어줘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꼬물이가 두 장만 보고 가면 그날은 두 장으로 끝입니다.
같은 책의 한 페이지만 계속 보고 싶어 하면 그 페이지만 여러 번 이야기해줍니다.
책 한 권을 완독하는 것보다 꼬물이가 관심을 보이는 순간을 같이 즐기는 것이 훨씬 편했습니다.
질문보다 설명을 더 많이 해주려고 합니다
책을 읽어주다 보면 저도 모르게 자꾸 질문하게 됩니다.
“강아지 어디 있어?”
“이건 뭐야?”
“무슨 색이야?”
아이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묻게 됩니다.
그런데 질문이 너무 많아지면 책 읽기가 시험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꼬물이에게 무언가를 맞혀보라고 하기보다 제가 먼저 짧게 설명해주는 편입니다.
“강아지가 뛰어가네.”
“자동차가 부릉부릉 가네.”
“아기가 밥을 먹네.”
그리고 꼬물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소리를 내면 그 행동에 반응해줍니다.
꼬물이가 먼저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편이 훨씬 자연스러웠습니다.
자기 전 그림책 두 권이 우리 집 수면 루틴이 됐습니다
지금 저희 집에서는 자기 전에 그림책 두 권을 보는 것이 하나의 루틴입니다.
매일 많은 책을 읽어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두 권 정도를 함께 보고 나면 이제 잘 시간이 됐다는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어떤 날은 두 권 모두 끝까지 읽고, 어떤 날은 중간까지만 봅니다.
그래도 매일 비슷한 시간에 책을 보고 잠자리로 이동하는 흐름 자체가 꼬물이에게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이 방식이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
매일 열 권을 읽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잠들기 전에 두 권 정도는 꾸준히 이어가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유명한 책보다 꼬물이가 자꾸 가져오는 책이 더 중요했습니다
아기 그림책을 검색하다 보면 추천 도서가 정말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유명한 책이나 월령별 추천 책을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꼬물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은 결국 아이가 자꾸 손이 가는 책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책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책은 제가 보기에는 재미있어 보이는데 꼬물이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제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책을 계속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유명한 책인지보다 꼬물이가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지 먼저 봅니다.
동물 그림을 좋아하는지, 자동차가 많이 나오는 책을 좋아하는지, 일상생활이 담긴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지를 살펴보는 식입니다.
책에 관심이 없어 보여도 바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꼬물이에게 일찍부터 책을 보여줬지만 한동안은 책을 좋아한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책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고 아예 읽어주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책을 좋아하게 만들려고 억지로 앉혀두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가끔씩 책을 꺼내 보여주고, 관심을 보이면 읽고, 관심이 없으면 그만두는 정도로 계속 노출했습니다.
그러다 16개월쯤부터 꼬물이 스스로 책을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는 이 변화가 “언제부터 몇 권을 읽어줘야 한다”는 기준보다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아기 그림책 읽기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꾸준함보다 부담 없게 이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아기 그림책은 일찍 시작한다고 해서 바로 눈에 띄는 결과가 나타나는 활동은 아니었습니다.
꼬물이는 태어난 직후부터 책을 접했지만 오랫동안 별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다 16개월쯤부터 스스로 책을 가져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자기 전에 두 권을 함께 보는 시간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몇 분이나 보는지, 몇 권이나 읽었는지보다 아이가 책을 부담스럽지 않게 접하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책장을 마음대로 넘겨도 괜찮고, 한 페이지만 보고 가도 괜찮았습니다.
아이가 보고 싶은 그림을 같이 보고, 짧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지금도 꼬물이는 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만히 듣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놀다가 스스로 책을 찾아와 제게 건네는 모습을 보면 예전과 비교해 책을 대하는 방식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아기가 아직 책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몇 장만 함께 봤더라도 그 경험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 아이가 먼저 책을 가져오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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