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집중력이 짧은 걸까? 17개월 놀이를 보며 알게 된 점
아기와 놀이를 하다 보면 장난감을 꺼내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금세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기는 왜 이렇게 집중하는 시간이 짧지?”, “다른 아기보다 집중을 못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도 비슷한 월령의 친구들과 함께 놀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꼬물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것 같아 걱정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17개월 무렵 친구들과 함께 물감놀이를 했을 때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계속 그림을 그리고 물감을 만지고 있었는데, 꼬물이는 약 2분 정도 끄적이더니 금세 다른 곳으로 관심을 옮겼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놀이를 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비교가 됐고, 순간적으로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꼬물이가 평소 좋아하는 놀이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물감놀이는 금방 끝냈지만 물놀이를 시작하면 꽤 오랫동안 물을 만지고 옮기고, 장난감을 넣었다 꺼냈습니다. 애벌레 잡기 놀이를 할 때도 스스로 계속 찾아보고 잡아보며 놀이를 이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아기의 집중력을 단순히 몇 분이라는 숫자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감놀이는 2분, 좋아하는 놀이는 훨씬 오래 했습니다
꼬물이의 물감놀이는 정말 짧았습니다.
처음에는 물감을 손으로 만져보고 몇 번 끄적였지만 금세 다른 쪽으로 관심이 옮겨갔습니다.
옆에서 친구들이 계속 놀고 있으니 순간적으로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다른 아이들은 계속 하는데 왜 꼬물이는 벌써 끝났지?”
처음에는 집중력이 짧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꼬물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보면 모습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물을 컵에 담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장난감을 물속에 넣었다가 꺼내는 놀이는 꽤 오래 반복했습니다.
애벌레 잡기 놀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꼬물이가 관심을 갖는 활동이다 보니 제가 놀이를 계속 이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탐색하고, 다시 찾아보고, 반복해서 놀이했습니다.
같은 아기인데도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집중하는 모습이 크게 달랐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몇 분 놀았는지”보다 이 놀이를 정말 좋아하는지, 스스로 다시 반복하고 싶어 하는지를 먼저 보게 됐습니다.
아기 집중 시간이 짧아 보이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아이가 한 가지 놀이를 금방 그만둔다고 해서 바로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어린 아기는 새로운 자극에 관심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장난감을 만지다가 새로운 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돌릴 수 있고, 그림책을 보다가 옆에 있는 다른 물건을 발견하면 금세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꼬물이를 보면서 집중하는 모습이 다음과 같은 상황에 따라 꽤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인지
- 너무 피곤하거나 배고픈 시간은 아닌지
- 주변에 장난감이 너무 많이 펼쳐져 있는지
- TV 소리나 사람 움직임처럼 다른 자극이 많은지
- 아이가 직접 선택한 놀이인지
- 아직 익숙하지 않은 활동인지
같은 장난감이라도 어떤 날은 오래 가지고 놀고, 어떤 날은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의 놀이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여러 날의 모습을 함께 보는 편이 좋았습니다.
부모가 준비한 놀이보다 아이가 선택한 놀이가 더 오래가기도 했습니다
부모는 아무래도 “이 놀이가 발달에 좋다더라” 하는 활동을 준비하게 됩니다.
저도 꼬물이와 미술놀이나 그림책 놀이를 일부러 준비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금방 끝나는 날도 많았습니다.
반대로 제가 특별히 준비하지 않은 활동을 훨씬 오래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물컵에 물을 옮기거나 자동차 바퀴를 계속 돌려보거나, 바깥에서 작은 것을 발견해 반복해서 관찰하는 식입니다.
부모 눈에는 단순해 보이는 행동이어도 아이 입장에서는 스스로 궁금해서 반복하는 놀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제가 준비한 활동을 오래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아쉬워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꼬물이가 지금 무엇에 관심을 보이는지 먼저 보고 그 행동을 조금 확장해주는 편이 더 자연스러웠습니다.
예를 들어 물을 컵에 붓고 있다면 “물이 쪼르르 내려가네”라고 말해주거나, 자동차 바퀴를 보고 있다면 “바퀴가 빙글빙글 도네”처럼 현재 행동에 짧게 말을 붙여주는 정도입니다.
아이를 다른 놀이로 끌고 가기보다 지금 하고 싶은 놀이를 같이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장난감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금방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놀다 보면 장난감을 많이 꺼내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보여주면 더 재미있게 놀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꼬물이를 지켜보니 주변에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한 장난감을 만지다가 금세 다른 것을 발견하고 옮겨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한 번에 너무 많은 장난감을 꺼내놓기보다 몇 가지 정도만 보여주려고 합니다.
꼬물이가 하나의 놀이를 끝내고 다른 것을 찾을 때 새로운 장난감을 꺼내주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니 지금 가지고 노는 것에 조금 더 오래 관심을 두는 날도 있었습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날은 장난감이 적어도 금세 다른 곳으로 가고, 또 어떤 날은 같은 물건 하나로 한참 놀기도 했습니다.
결국 장난감 개수 하나만으로 집중 시간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 환경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집에서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놀이를 그만뒀다면 억지로 다시 앉히지 않았습니다
꼬물이가 놀이를 금방 끝내면 예전에는 “조금만 더 해보자” 하며 다시 데려오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상태에서 계속 원래 놀이를 시도하면 오히려 저도 꼬물이도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꼬물이가 충분히 관심을 잃은 것 같으면 다른 활동으로 이동하게 두는 편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관심을 보이면 그때 꺼내줍니다.
어린 아기에게는 여러 대상을 빠르게 살펴보는 것 자체도 하나의 탐색 과정일 수 있습니다.
놀이를 오래 이어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아이가 관심 있는 것을 충분히 보고 만지고 경험하게 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니 저도 훨씬 편해졌습니다.
집중 시간이 아니라 놀이의 내용을 보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놀이가 끝나면 “몇 분 했지?”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특히 친구들과 같이 놀면 더 비교하게 됐습니다.
누구는 미술놀이를 오래 하고, 누구는 책을 오래 보는데 꼬물이는 계속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면 괜히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놀이 시간을 재기보다 꼬물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더 보려고 합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지, 실패해도 다시 해보는지, 관심 있는 대상을 오래 관찰하는지 같은 부분입니다.
물놀이를 하면서 컵에서 컵으로 물을 여러 번 옮기는 것도 하나의 놀이이고, 밖에서 작은 벌레를 발견해 계속 따라다니는 것도 꼬물이 나름의 집중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래 앉아 있는 것만이 집중은 아니었습니다.
몸을 움직이면서도 하나의 대상이나 활동에 관심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꼬물을 보면서 알게 됐습니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면서 가장 많이 걱정했습니다
아기와 또래 친구들이 함께 있으면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저도 물감놀이에서 꼬물이가 가장 빨리 자리를 떠났을 때 순간적으로 많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상황까지 함께 보니 “집중력이 짧은 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꼬물이는 물감에는 큰 흥미가 없었지만 물이나 움직이는 것, 바깥에서 탐색하는 활동에는 훨씬 오래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이마다 좋아하는 자극과 놀이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또래 아이가 같은 놀이를 10분 했다고 해서 우리 아이도 같은 놀이를 10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보다 지난달의 꼬물이와 지금의 꼬물이를 비교하려고 합니다.
전에는 금방 끝내던 놀이를 조금 더 반복하는지, 새로운 방법으로 놀기 시작했는지, 좋아하는 활동의 종류가 달라졌는지를 보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됐습니다.
아기 집중 시간이 짧아 보일 때 집에서 해본 방법
제가 꼬물이와 생활하면서 실제로 해본 방법은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꼬물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찾았습니다.
물놀이를 좋아하면 물과 관련된 놀이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하고,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면 굴리고 바퀴를 관찰할 수 있도록 두었습니다.
두 번째는 장난감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꺼내놓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놀이가 끝났을 때 억지로 다시 데려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놀이 시간을 계속 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몇 분을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오히려 꼬물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더 자세히 보게 됐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놀이 시간보다 전반적인 모습을 함께 살펴보세요
한 가지 놀이를 짧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부모 입장에서 집중 시간뿐 아니라 의사소통이나 놀이, 상호작용 등 전반적인 발달에서 지속적으로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소아청소년과 진료 때 현재 모습을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도 “집중력이 짧은 것 같아요”라고만 설명하기보다 아이가 어떤 놀이를 얼마나 하는지, 좋아하는 활동은 무엇인지, 부모와 어떻게 주고받는지를 함께 이야기하면 현재 모습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17개월 꼬물이를 보며 집중력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17개월 꼬물이가 물감놀이를 약 2분 만에 그만뒀을 때만 해도 저는 다른 아이보다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것 같아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물놀이나 애벌레 잡기처럼 좋아하는 활동에서는 꽤 오랫동안 놀이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몇 분 동안 한자리에 있었는지를 세기보다 무엇에 관심을 보이고, 어떤 방식으로 탐색하고, 좋아하는 놀이를 어떻게 이어가는지를 더 자세히 보려고 합니다.
아기가 한 가지 놀이를 금방 끝낸다면 바로 집중 시간이 짧다고 단정하기보다 다른 놀이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함께 살펴보세요.
부모가 준비한 놀이보다 아이가 스스로 발견한 활동에서 훨씬 깊게 몰입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물감놀이 2분보다 물놀이를 계속 반복하고 애벌레를 따라다니던 꼬물이의 모습이 아이의 집중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됐습니다.